2015.12.02_교수님에게서 엄마의 마음을 본다다

우리 엄마는 긍정적인 말과 다른 사람을 거북하게 하지 않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능력으로 호감을 사는 분이시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편하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어 엄마 주변에는 사람들이 생긴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일머리가 좋으신 분이라서 일처리도 깔끔하다보니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든 인정받는 분이시다.

엄마께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만 보고 칭찬하신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질하시는 분은 분명아니다.

그런 엄마께서는 나에게는 유독 칭찬에 인색하시다. 초등학교는 상을 많이 뿌리는데, 나는 글쓰기 상을 주로 많이 받았고, 경필대회, 동요동시대회, 그림대회, 체육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었다. 초등학교 6학년을 제외하고는 학급임원도 매년 했기 때문에 임명장도 많았고, 경시대회에서 받았던 상도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성적우수상을 받다보니 당연히 상장이 더 늘어났고, 학급의 멀티미디어 담당을 하다가 봉사시간을 엄청 많이 채우는 바람에 봉사상도 받았다. 엄마는 내가 상을 받아오면 큰 칭찬의 말씀도 없으시고, 클리어 화일에 잘 보관해두라고 하셨다. 꽤 많은 권수의 클리어 화일이 늘어갔지만 상을 받아왔을 때 엄마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신 기억은 없다.

엄마가 나를 칭찬해주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어느 날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였다. 그 집 거실에 그 아이가 받아온 상장이 쭈욱 붙어있는 것을 보고, 아 상을 받으면 이렇게 칭찬을 받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성적표가 나온 날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첫 중간고사부터 이상하게 잘 봤다. 엄마의 반응은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꽤 좋아하셨던 것 같고. 나는 또 그게 별 것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다니던 보습학원에서 내 이름을 커다랗게 붙이고 장학금까지 줬다. 내 성적은 고등학교 때까지 비슷비슷했지만, 중학교 1학기 중간고사를 끝으로 더 이상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그 이후로 성적에 관해서 크게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없다. 다른 애들은 내가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용돈을 엄청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다들 자기 집에서는 그렇게 하다보니 자기 보다 성적이 좋은 나는 더 많이 받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2학년 때 부터 아빠가 성적표를 받아오는 날에는 오천원~만원 씩 주셨다. 성적이 올랐건 떨어졌던 간에 수고했다는 의미였다.

반면 엄마는 성적이 오르면 별 말씀이 없으시고 성적이 내려가면 무엇때문에 등수가 떨어졌는지를 살펴보시고, 이 과목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네, 다음에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성적이 떨어졌다고 화내시는 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부드럽고 권위적이지 않은 말이 더욱… 속상했달까.

엄마는 성적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러셨다.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 마음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어떤 게 부족하지는 않았니, 그거를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겠니,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교수님께서 본다. 내가 못 하는 것을 자꾸 지적하신다. 처음에는 사실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쁠 것도 별로 없었는데, 어느 순간 자꾸 내가 못 하는 것만 얘기하시니까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런 말에 위축되는 내가 싫기도 하고, 본인은 너무 머리가 좋아서 잘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실 수 없는거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교수님께서 또 그런 얘기를 하신다. 그런데 다른 날과는 다르게 덧붙이시기를… 내가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그 못하는 하나 때문에 평가를 낮게 받고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걱정이 되신다는 것이다. 심지어 본인이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그런 것 아니냐고 본인 탓을 하신다. 사실 나는 연구실에 있으면서 힘에 부칠 정도의 일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엄마를 닮아 일처리가 빠르고 외할아버지를 닮아 일에 있어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그래서 어디서든 일에 허덕인 기억이 별로 없다.

저런 마음이었구나, 교수님도, 엄마도. 엄마는 내 자식이 어디가서 손해받고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엄마는 나의 흠을 더 많이 지적하셨던 것이다.

교수님에게서 엄마를 본다. 내가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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