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2013_나에게 하는 말

오늘 우연히 정은이를 만났다. 12월 중순 즈음에 보고 처음 보는 거니까 3개월만이다. 내가 농협에 가지 않았다면, 정은이가 졸업신청을 하러 행정실에 가지 않았다면 아마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너무 많은 것들이 우연때문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서 현주랑 셋이 밥을 먹었다. 다들… 바쁘다. 취업을 하려고 다들 바쁘다. 사실 바쁘다기 보다는 마음에 함께 할 여유가 없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걷고 하는 것들에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밥만먹고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 우리도 어려울 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면 좋을텐데.

현주는 원래 힘든 것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기 싫어하고 자기 자신도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긍정적인 생각으로 없애버리려 하기 때문에 힘든 것에 관해 툭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정은이의 경우는 엄청 징징대지만 할 때가 되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똑 뿌러지게 잘 하기 때문에. 게다가 나의 화법은 정은이의 화를 불러일으킬 때-그러니까 뭔가 자괴감이 들도록 내가 말 한다고 했던 것 같음-가 있는 것 같아서 정은이도 말을 잘 안 하려고 하고 나도 그런 상황을 안 만들려고 조심 하는 편이었다.친구들끼리 맨날 좋은 얘기만 할 수 없는 법인데 절름발이처럼 안 좋은 얘기를 안 해버릇하니까 좋은 얘기도 잘 안 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는 요 근래 얘기를 굉장히 안 하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현주가 잠시 가방을 가지러 간 사이 정은이랑 둘이 남게 되었는데, 시즌이 시즌인지라 그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송이야 너는 정말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

사실 나는 요새 무지하게 흔들리고 있지만 티가 안 났나? 그건 아닌 것 같고 상대적으로 정은이가 많이 흔들려서 내가 안 흔들리는 것 처럼 보인 것 같다.

그래서 또 주제넘게 이야기를 해 버렸다.

“취업을 할 때 마음 고생을 하는 이유가 자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맞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데서 오는 것 같아. 나의 경우에는 부모님, 친척, 연구실 사람들, 동기들 후배들, MCSA 사람들 등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들이 내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가? 물론 힘들겠지. 내가 완전 취업을 못했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잘 지내냐고 묻는 안부마저도 부끄럽고 원망스러울 것 같아. 근데 사실 그들은 별 생각없이 하는 말이거든. 혹여 뒤에서 나의 취업에 대해서 이야기 할 지라도 그냥 별 생각없이.”

그러니까 그런 부담감일랑 떨쳐버려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잘 알아들은 것 같고 ‘또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혹은 밖으로 말을)하니’하는 눈빛을 보내기에 그냥 멈췄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조금만 더 멀리봐도 되지 않을까? 당장에 취업이 된/안된다가 아니라 그냥 내 인생 통째로 봤을 때.”

“그리고 우연히 만났을 때 지나가는 말로
정은아, 너 아나운서 할 생각은 정말 없니? 어울린단 말이야. 아님 피디는? 정말 어울려…”

“내가 지금 그렇게 커리어를 심하게 바꿀 수 있을까?”

“아니 내 말은, 지금 당장 하라는 게 아니라 혹시 취업을 하고서라도 생각이 있으면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지. 나 아는 사람도 그랬데. 자기 삶을 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earn)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나 그때는 그런 꿈을 꾸었지’라고 버리지 말라는 거야’.


라는 말은 삼켰찌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이었다.

<blockquote

    >’나 한때 그랬지. 그런 꿈을 꾸던 시절도 있었지’

라는 말…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언젠가는 반드시 하게 되어 있지만, 지금 우리가 하기에는 너무 먼 이야기 아닌가?

사실은 정말로 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모두다. 겁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따라가자. 라고 정말 자신에게 되뇌고 싶다.

지금 취업을 하려는 것도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임을 잊지 말고. 인생에서 나의 꿈, 나 자신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 이외에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정말 좋은 학교, 정말 좋은 직장, 통장 잔고나 빌딩 등. 그런 것들은 정말이지 수단이니까.

“내가 서울대 들어왔을 때 엄마는 왜 기뻤어?”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엄마가 무언가 더 좋은 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냥

“네가 가고 싶어했으니까”

?? 나는 서울대 오고 싶어한 적 없는데. 오히려 고려대를 엄청 가고 싶어했었지. 여기서 나는 엄마가 나를 무지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결국 저 말은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만약 OO에 있는 지방대에 가고 싶어하고 거기 갔어도 좋았겠네?”했는데 엄마가 표정이 안 좋아지셨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도 딸이 서울대를 갔다는 것에서… 딸의 입시 결과가 자신의 젊음을 바친데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었기 때문에 그것도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엄마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렇다. 사람이라면 그런 것 같다. 나도 좋은 직장 다닌다고 하면 사람이 달리보이고, 좋은 대학교 혹은 좋은 과를 다니면 똑똑한 사람이다라는 경외감과 앞으로 일이 잘 풀리겠다등과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내 인생에게 만큼은 그러지 말자.


남들이 좋다는 것 했을 때 나도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축하해주니까.

그런데 언제까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을 살거지? 물론 거기서 느끼는 기쁨이 삶에서 작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온전히 나만의 기쁨을 위해서 살았을 때 느끼는 희열이나 자기만의 기쁨이 그 대가로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 꿈을 갖자.
그리고 지금 당장은 구직을 하자. 왜냐하면 멀리 보았을 때 나에게는 ㄱㅂㄹ ㅎ ㄷㅇ ㅂㄴ ㅅㄷㅇ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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